지원회화 - 카렐×카아라


C

카아라 : 오라버니...!

카렐 : 카아라인가.

카아라 : 정말로...
오라버니군요.
드디어 찾았어요...

카렐 : 나도 너를 찾고 있었다.
우리 일족 여섯 명 중
네 명은 이미 죽었다.
남은 건 너뿐이다,
카아라.

카아라 : !
설마...
오라버니는... 가족들을...

카렐 : 베었다.

카아라 : 그럴 수가...

카렐 : 너도 일족 사람이라면
알고 있을 터.
검을 잇는 자는, 오직 한 명.
우리 일족을 검을 위해
태어나고, 죽는다.
아버지도 그렇게
이 검을 지켜온 것이다.

카아라 : ......

카렐 : 과거의 너는
벨 가치도 없었다.
하지만 시간은
사람을 바꾸는 법.
아름다워졌구나,
카아라.

카아라 : 오라버니...

카렐 : 지금의 네 검...
실로 아름답다.
베지 않고는
견딜 수 없을 정도로.

카아라 : 저도...
벨 건가요?

카렐 : 언젠가는 말이지.
너 아니면 나.
살아남은 쪽이
검을 이어갈 뿐이다.

카아라 : ......


B

카아라 : 오라버니...

카렐 : 카아라냐.
좋다...
여기서 시작하도록 할까.

카아라 : ......

카렐 : 뽑아라, 카아라.

카아라 : ......

카렐 : 왜 그러냐.
뭘 뜸들이고 있지?

카아라 : 기억하시나요,
오라버니...
우리가 아직
어렸던 시절의 일을...

카렐 : ...뭘 말이냐.

카아라 : 석양에 붉게 물든
일대의 초원...
길을 잃고
울고 있던 저를...
오라버니는 업고
집까지 데려다 주었죠...

카렐 : ...모르겠군.
그런 일은
진작에 잊어버렸다.

카아라 : 저는 똑똑히
기억하고 있습니다.
그때 오라버니의
등에서 느껴지던 온기를...
가능하다면, 영원히
그렇게 있고 싶었어요...

카렐 : ......

카아라 : 오라버니...
전 검 따위는 싫었습니다.
다른 사람을 상처 입힐 뿐인 무기는
배우고 싶지 않았어요...
하지만 오라버니 곁에 있으려면
달리 방법이 없었죠...

카렐 : ......

카아라 : ...마음이 흐트러져
집중이 되질 않습니다.
죄송해요, 오라버니. 승부는
다시 날을 잡도록 합시다...

카렐 : ......


A

카렐 : 카아라인가...
각오는 됐나?

카아라 : 네.
오라버니 마음대로
하시면 됩니다.
오라버니 손에 죽는다면,
후회는 없으니까요.

카렐 : ......

카아라 : 저희는 이미 인간이 아닙니다.
이 칼날과 무엇 하나 다르지 않죠.
마음을 가두고, 오직 베기 위해
세월을 쌓아 올리는 삶...
아무 의미도 없이,
단지 그렇게 살아갈 뿐...

카렐 : ......

카아라 : 베어 주세요.
저는 오라버니를
흠모하고 있었습니다.
마지막으로 오라버니와
대화할 수 있어서, 저는 행복했어요.

카렐 : ......

카아라 : ......

카렐 : 카아라...
너는 변하질 않는군.
나는 변했다.
분명 변했을 것이다.
하지만 너와 있으면...
옛날을 떠올리게 되는군.

카아라 : 오라버니...

카렐 : 어디로든 사라져라.
나는 널 벨 수 없다.

카아라 : 오라버니...
오라버니는
앞으로 어쩌실 건가요?

카렐 : 글쎄.

카아라 : ...지금은 붙잡지 않겠습니다.
피의 숙명은...
분명, 금방 사라지지 않는 것이겠죠.
하지만, 기다리고 있겠습니다.
초원에서... 오라버니가 돌아오기를.

카렐 : ......